장르문학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다른 요소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감각적인 묘사를 구사하든 좋은 가치관과 지혜를 담아냈든
재미가 없으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죠.
반대로 구린 묘사와 쓰레기 같은 가치를 담아내더라도
재미만 있으면 소비가 되는 분야가 장르문학입니다.
장르소설을 쓰기 위해 국문학을 전공하고 언문 공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경험도 어떤 자격도 필요 없죠.
덕분에 때로는 그런 부족한 경험이
부족한 지식, 부족한 습작, 부족한 독서량 비문과 오타 번역체가 난무하도록 만들었고
기본기 조차 갖추지 않은 글이라도 재미만 있다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력이 있는 작가들도 알아들을 정도만 쓰라고 충고하기도 했고
작가들 사이에서 초등학생 수준으로만 쓰라는 조언이 떠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오직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소비자를 앞에 두고 오히려 최대한 대충쓰는것이
업계의 미덕이 되어버리기 까지 했습니다.
장르 소설은 흥미로운 문학이 아니라
다 읽으면 다 쓴 휴지처럼 버리는 콘텐츠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리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 또한 퇴색시킵니다.
매편마다 단기적인 쾌락을 제공해야하는 장르소설의 특성상
간단하고 뻔한 서사와 보증된 쾌락 클리셰로 범벅이 되어
의미가 없고 깊이가 없는 간접경험이 주를 이룹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증된 쾌락 경험들이란 대략 이런 것들입니다.
수동적이고 멍청한 주인공에게 아무 계기도 없이 미녀들이 홀딱 반해 하렘을 이룬다거나
캐릭터의 뒤틀린 도덕관으로 범죄적 행위를 합리화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경험들뿐입니다.
장르 소설에서 계연성없이 주인공에게 주어졌던 행운 그런 비현실적인 것에 몰입하고 감정을 나누고
입체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사람에서
그저 주인공을 빛나게 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등장인물들
이런 모든 요소들이 우리들의 문제해결능력과 현실감각을 떨어뜨리고
공감 수치를 낮추고 타인을 객체화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게 만들 겁니다.
그냥 이건 장르소설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언제까지나 창작의 범주로 남겨 들 수 있는 요소들이고
"소설이니까" 라고 구분만에 해두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내용을 취미 생활이라는 분리없이
도움이 되는 것이라 받아들였을때 생겨 납니다.
장르소설이 가치가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추구하는 목적이 다를 뿐이니까요.
오히려 재미는 모든 문화예술이 추구해야 하는 정점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유려한 문장을 쓰는 건 노력과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지만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몰입시키는 능력은 아무나쉽게 할 수 없는 재능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인기 있는 특정 장르소설이 순수 문학보다 가치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도 재밌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그리고 그처럼 수준 높은 몇몇소설들
해당 소설들은 목적을 충실히 달성함과 동시에 가치 전달도 훌륭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가치가 있다 와는 다른얘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르소설이란 분야의 전체적인 질을 올리기 위해
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장르소설의 성격상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겠죠.
그래서 결론은 그냥 취미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가끔 얻어 걸리는 좋은 얘기들이
글이라는 매체에 친숙해질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 괜찮은 취미 생활이라고요.
그러나 장르문학을 도움이 된다 생각하고 읽는다면
그 가성비가 아주 형편없다는 팩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한 번은 맞는 정도일테니까요.
우리가 아이돌 가수 영상이나 축구경기를 챙겨보면서 어떤 배움을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괜히 뭘 배워 보려는 마음으로 불편해지진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보면 됩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도움이 되는 것을 읽고 싶어 졌을 때
서점에 들려서 적당히 어려울 것 같은 책을 가져오십시오.
"어후 이런 걸 어떻게 읽지..." 라고 느낄만한 책으로요.
장르소설의 진짜 장점이 이겁니다.
전이효과
한 분야에서 발생한 행동이
다른 분야로 퍼져 영향을 미치는 현상
어려워 보이는 책도
압박감 쩌는 두꺼운 책도
생각보다 읽을만할 겁니다.
이미 글과 친해져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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