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설마 진짜 죽겠어?"하고 원한이 있는 사람이나 범죄자에게
어떤 실험을 하거나 가해를 가한다면
법은 이것을 고의로 죽였다고 판단할 겁니다.
만약 내가 던진 돌을 맞고 누군가가 죽었다고 가정했을 때
"죽어라" 하고 돌을 던졌다면
확정적 고의
"설마 죽진 않겠지" 하고 돌을 던졌다면
미필적 고의가 됩니다.
보통 미필적 고의가 비교적 죄가 가볍다 생각하겠지만
형법은 "죽을 수도 있지"와 "죽이겠다"는 같은 선상으로 봅니다.
고의는 다 똑같은 고의 이죠.
"진짜 죽을 줄 몰랐어요" 라고 미필적 고의를 주장해도
판사 검사 변호사는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미필적 고의인지 확정적 고의 인지는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영역이기에
미필적 고의라는 주장이 잘 먹혀 들어갔다 해도
형량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이지 고의적인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설마 죽겠어?" 하고 돌을 던졌든 "죽어라" 하고 돌을 던졌든
고의로 살인했다고 보고 살인죄로 판결을 낼 겁니다.
만일 내 자아가 아닌 또 다른 자아가 행동을 저지른
정신병에 의한 경우라면
정신 분열증이 있는 심신장애자로 규정되어
형사책임을 묻지 않고 정신병동에 보내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며 자수를 했다면
형벌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리저리 빠져나갈 꼼수를 부리며 지능플레이를 했다면
위증이나 증거인멸등 죄가 가중되어 기존보다 형벌이 무거워질 겁니다.
결국 판결은
누구를 죽였고
몇 명을 죽였고
누가 어느 상황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정신 이상증세가 있는지
이 같은 아주 미묘한 맥락 차이에 따라 바뀔 겁니다.
폭행이나 살인 등 죄명만 보고 심각성은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애당초 사건의 사람이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죄명이라도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폭행이나 살인이라는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당연히 살인이지" "아니, 그건 아니지 않나?"
같은 나름의 의견으로도 많이 나뉠 겁니다.
사람의 행동은 죽였다 때렸다 와 같은 한 줄만으로
모든 것이 표현되지는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집에든 도둑을 때린 정당방위 행동을 한 청년에게
법원은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시민들은 "범죄자가 살기 좋은 나라" 라며
"판사 자기도 당해봐야 알지" 같은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맨손으로 도망가던 노년 절도범을 구타했고
그렇게 제압이 된 상대에게 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먹뿐 아니라 여러 도구까지 사용해
무차별적으로 머리를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건 절도와는 별개의 사건이며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실형을 구형했지만
집행유예를 판결한 판사가 아주 이례적인 선처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법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한 채 기초적인 법 지식조차 없는 채로
유죄 추정을 외치고 한계치를 넘은 과잉 복수를 정의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검사와 변호사가 법적 공방을 펼치고
정해진 법에 따라 판사가 심판하는 과정을 최소 3번도 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안 갈만한 불공정한 판결이란 그렇게까지 자주 발생하진 않습니다.
물론 사법은 공명정대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겁하기도 하죠.
그래서 문제가 됩니다.
그들이 초래한 사법 불신의 책임은 오로지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겁니다.
때로는 그 책임에 따라 엄중히 죄를 물어야겠지요.
그러나 만약 눈먼 비난의 화살을 계속해서 쏘아댄다면
우리 역시 그 책임을 나누어 갖게 될 겁니다.
그들이 맡은 책임을 우리가 괜히 짊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일상의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메타인지 ] 2. 메타인지의 오류 (0) | 2022.10.29 |
---|---|
[메타인지] 1. 메타인지의 정의 (0) | 2022.10.28 |
[형법의 본질] 1. 의도 (0) | 2022.10.26 |
장르 소설(판타지 로맨스 추리) 2. 독서인 척 하는 가짜 독서 (0) | 2022.10.22 |
장르 소설(판타지 로맨스 추리) 1. 책인 척 하는 가짜 책 (0) | 2022.10.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