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역시 가스라이터를 정신적 폭력 학대와 연결시키며
절대 피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임상적 단계의 정서 착취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로써
한마디로 정신 병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어가 가진 의미와 그 파괴력에 비해 그 사용 기준의 허들은 너무 낮습니다.
지금은 그냥 아무 데나 붙여 쓰면 말이 되는 단어가 되어 버린듯 합니다.
[The Gaslight Effect] 책에서 말하는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을 판단하는 기준은 "감정"입니다.
어느 정도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비난을 듣지 말자.
[The Gaslight Effect] 中
일을 못 하는 직원은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을 때 불편하고 위축된 감정을 느낄 테지만...
이 경우 불편한 감정의 진짜 원인은
상사가 당신을 가스라이팅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일을 답답하게 해서였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엄마가 가스라이팅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내가 누워서 티비나 보고 있는 게 답답하고 한심해서 그런 것일 테니까요.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이 처럼 감정은 동기가 될 뿐,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은 전부 가짜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가스라이팅은 존재합니다.
개념이 포괄하는 표현과 사례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어떤 상황이든 현실을 왜곡하고
상대를 조종하는 나르시시스트 사이코패스들 역시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오히려 멍청한 기준으로 병리적 진단을 내리는 태도가 진짜 위험한 겁니다.
그 기준대로 라면 지금 '가스라이팅 하지 마'를 말하는 사람도 가스라이터이니까요.
더 이상 생사람 잡는 가짜 기준을 볼 것이 아니라 가짜를 걸러내는 진짜 기준을 봐야 합니다.
심리학에는 귀인 편향 이란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상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겁니다.
나는 잘못 없어라고 하면서 남 탓을 하고 내로남불을 하며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
이게 귀인 편향입니다.
"내가 어제 알바한다고 시간 없었으니까 너가 해왔어야지" 이런 말 하는 사람 있잖아요?
이런 사람이 정말 꼴도 보기 싫고, 욕먹을 만 하지만
그 사람이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라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냥 이건 보통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바보 같은 짓이니까요.
하찮은 변명을 내세우거나 "너도 그랬잖아"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은
우리도 한 번쯤 그랬던 것처럼
특정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자기 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라면 할 수밖에 없는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바보 같은 행동일 뿐입니다.
이런 환경적인 요소를 무시한 채 "어?! 너 지금 가스라이팅 하는 거야?" 라고 하며
상대를 가스라이터 취급하는 귀인 편향을 우리는 역으로 저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누군가 약속시간이나 출근 시간에 지각을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사람이 게을러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교통사고 등 피치 못한 상황 탓에 지각을 한 건지
어떻게 판단을 하실 건가요?
당연히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을 볼 겁니다.
평소에도 자기 할 일을 대충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문제일 것이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예기치 못한 사고'탓이라 생각할 테니까요.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가 '그 사람'에게 있는지 '그 상황'에 있는지 귀인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 평범한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행동인지
특정한 상황 탓에 취한 행동인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에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그 사람보다 훨씬 더 바보 같은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거니까요.
가스라이팅은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친놈이 어디든 존재한다는 아주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 단어가 퍼지게 되면서
우리는 위험한 관계를 피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애꿎은 누명을 뒤집어 씌운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더 좋아질 수 있는 관계를 내 손으로 직접 망가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이 뭘 하든 다 참고 넘어가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바보가 되지는 말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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