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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리뷰

사회를 향한 강력한 폭로. [ 내부자들 ] 4. 대중을 현혹하는 언론

by 똘똘한 똘이장군 2022. 10. 8.

 

이강희는 우장훈에게 취조를 당하면서도

전혀 굽힘 없이 "말은 곧 권력이고 힘이야"라고 말합니다.

얼마든지 언론을 움직여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장면이죠.

검찰 조사 이후 밖으로 나온 이강희가 기자들 앞에서 꺼낸 말은 우리를 소름 돋게 합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조폭 안상구가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를 받은 정치공작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끝에 단어 세 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


 

이강희를 연기한 백윤식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아마도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듯한 소름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말을 하나하나 침착하게 고르는 디테일



그러면서도 좌중을 압도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주죠.

논설주간이라면 문학이나 표현기법에는 베테랑일 텐데

굳이 [매우 보여 진다] 라는 피동적 비문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상대가 저열한 수준의 교양이나 전문성을 지녔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이강희는 자신의 뜻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논설주간임에도 문법에 맞지 않는 방법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는 겁니다.

강하게 어필할 수 있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일부러 실수한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인간입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 , "조폭 안상구" ,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 , "정치 공작"

이라는 네 가지 단어를 사용해서 자신이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대중들에게 지금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이라는 것이 상기시키고

동시에 안상구는 조폭이니 그의 말은 신뢰할 수 없음을 인지시키는 거죠.

또한 "알 수 없는 조직"이라는 단어로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조폭 안상구는 무식해서 이런 '정치 공작'을 꾸밀 수 없으니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가 대중들에겐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겁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 '정치 공작'을 하는 '알 수 없는 조직'이라면

자연스럽게 대중은 상대 정당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도 이강희은 단 한 번도 '주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고소당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걸 위해서 단어를 하나하나 골랐거든요. 늘 하던 방식 그대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서 사건을 정치적 공작으로 이용하는 치밀함을 발휘한 것입니다.

이강희는 '도덕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얼마든지 동원하고 대중에게 혼동을 줄 준비가 되어있는 겁니다.

무서울 정도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유능한 인간이죠.


 

펜 VS 도끼 어느 무기가 강해 보이나요?

이강희의 무기는 펜입니다.

안상구의 무기인 도끼가지고는 이강희에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강희는 자신을 찾아온 안상구에게 펜으로 찌르며 공격합니다.

이강희의 무기가 '펜'이라는 걸 보여주는 친절한 장면입니다만

이강희가 쓰는 펜의 용도와 힘은 그보다 훨씬 강합니다.

펜만 있으면 적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죠.

이강희가 휘두르는 펜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거나 망하거나 스스로 생명을 끊습니다. 

무기 중에서 이보다 강력하고 깔끔한 게 있을까요.

마치 현실판 데스노트인 듯합니다.

이강희 그리고 정치인인 장필우의 공통적인 또 다른 무기로 '말' 이 있습니다.

말로 글로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상적인 무기로 도끼나 권총도 압도하는 

무섭도록 강력한 이강희 장필우입니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라는 대사에서 그들의 신념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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