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책이라고 보기에도 여전히 부족한 면은 보입니다.
페미니즘 책이라면 이것보다 조금 더 강해야 했습니다.
조금 더 내용적으로 탄탄해야 하고 사회 구조의 복잡성 그리고 잘못된 교육이 가져온 일반화된 폭력과 차별
이런 것들을 더 잘 드러냈다면
국민의 비판의식이 더 심화되었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선동적이 되었을 겁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차별이나 혹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사실 사회 구조적으로 깊은 문제입니다.
즉, 여성만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 모두가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도 더 슬프고 더 복잡한 그런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보다 더 높은 레벨에서 잘 비판을 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았던 건지..
한마디로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여성들이 겪는 문제라고 단순한 시각을 갖게 만드는 것
이게 이 책의 가장 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82년생 김지영 소설은 여성들이 볼 때는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한국 여자라면 한번쯤 다 겪어봤을 만한 일상적인 일들입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미처 몰랐던 남녀차별의 말도 안되는 사례를 읽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차별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교육적인 효과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오는 사례들중에는 좋지 않은 사례들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사례들은 차별이 아닌 본질적인 사회의 문제라는 점과
심지어 남녀를 대결적인 구도로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성차별 사례중 대부분은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조로 인한 학습된 부조리가 성차별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첫 손님으로 여자를 태우지 않는다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이상한 성차별 사례도 있지만
어떤 사례들은 예전부터 성 역할은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롯된 것들도 있습니다.
공감이 되는 사례이긴 하지만 깊게 내려다보면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면서 어려운 일도 기계가 하기 때문에 남녀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신체적인 피지컬차이는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차별? 이아니라 차이는 있어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여성이 차별을 받았다, 여성이 이렇게 힘들다" 라고 말하면 힘든 거 맞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건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여자들만 피해를 보았다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학교에서의 복장단속에 대한 얘기를 보면 무조건 여학생들은 구두를 신어야만 하고
여름에도 살색 스타킹을 신어야 되고 겨울에는 검은색 스타킹만 신어야 하는데 비치면 안 되고
브래지어 위에 받쳐입는 옷을 꼭 입어야 된다. 등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남학생들은 자유롭게 입을 수 있었다." 라고 얘기를 함으로써 논란을 사는 겁니다.
일단 복장 단속은 일반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복장단속과 두발 단속은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자분들 모두 아시겠지만 남학생들이 당하는 것들은 또 다른 차원의 차별들이 있습니다.
당시 남학생들은 머리를 꼭 스포츠머리로 깎아야 했고
짧은 머리이다보니 금방 자라고 어떤 사유로 이발 시기를 놓치면
빠따를 맞거나 심하게는 따귀를 맞기도 했습니다.
또는 강제로 바리깡을 들고 삭발을 시켜버리기도 합니다.
맞을 땐 안 울던 남학생들도 그렇게 머리를 밀어버릴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그게 강제로 삭발을 당한다는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극심한 인권침해였고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학생들은 또 남학생이기 때문에 당했었던 폭력과
여학생과 여선생님 사이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상상도 못할 성추행들이
남선생님과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장난스럽게 일어납니다.
성기를 꽉 움켜쥐거나 젖꼭지를 꼬집는다든지
그럴땐 남학생들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만
별거아닌 문제라는 사회 인식에 문제삼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남학생들이 당한 건 성차별적인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잘못된 줄 몰랐고 그게 인권침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회였습니다.
여학생들이 당한게 약하다는 게 아니라 마치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가
여학생에 대한 성차별이다라는 인식이 잘못된 것입니다.
성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시대적 무지였습니다.
당시에는 상식도 윤리의식도 부족한 이들이 교사랍시고 교단에 있던 시대였으니까요.
자신의 기분따라 학생들을 때리고서는 "이 사랑의 매는 너를 위해서다"라는..
나의 폭행을 고맙게 여기라는 미친 소리를 하면서 교사들은 자신의 폭행을 정당화 했습니다.
맞은 사람들 중에는 그 폭행에 분노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그때 내가 엇나가지 않도록 때려준 그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몽둥이를 들고 나를 폭행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스승이고.. 은사이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관념을 주입받으면서 살아온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성차별이다 라고 단순화해서 볼 수는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여성들이 성 차별을 받았다 라는 것 역시 일부분 근거가 있습니다. 인정할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데도 남자를 상대적으로 갖고 와서 묘사를 하니까
불필요한 논쟁이 생겨버리는 겁니다.
이런 남녀 논쟁은 본질적으로 결론도 없고 시간만 아까운 소모적인 논쟁일 뿐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책에 그런 표현들을 사용함으로 논쟁을 야기시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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