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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영화 리뷰

[82년생 김지영] 3. 소설의 한계를 극복한 영화

by 똘똘한 똘이장군 2022. 8. 15.

누군가 소설 - [82년생 김지영]을 강하게 비난하고 욕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 [82년생 김지영]을 비난하고 욕한다면 

그 사람이 영화를 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해보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유미와 공유의 김미경의 어머니 연기가 뛰어났고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완성도 높은 훌륭한 영화로 만들어 냈습니다. 

전개도 극적인 구성도 좋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도 아주 아름다우니까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소설과 가장 다른 것은 바로 빙의를 표현하는 연출에서 입니다.

소설에서는 초반에 김지영이 빙의를 하는건 잠깐 나올 뿐입니다.

남편 정대현이 김지영을 병원으로 데려오게 만드는 계기 정도였고

핵심은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며 김지영의 삶의 썰을 푸는 것이었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김지영의 빙의 증상을 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작품의 빙의 증상은 인격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고 영혼이 와서 말하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김지영에게 빙의증상이라는 정신과적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왜 정신질환을 일으켰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그녀가 겪는 일들을 다루며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는 영화 역시 성차별을 표현합니다.

고부갈등, 명절 지옥등 며느리가 겪는 힘든 일들을 아주 잘 묘사합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당연한듯이 일을 시키고 사회는 김지영에게 맘충이라며 혐오 발언을 합니다.

빙의 증상을 겪게 만든 원인은 그 차별과 혐오를 김지영이 참아내며 받은 스트레스 였습니다.  


비록 남편 대현은 너무나 착하고 아내 김지영을 늘 지지하고 응원하는데도 

김지영의 삶은 외롭고 힘들기만 합니다.

세탁기 앞에서도 우두커니 앉아 멍하게 세탁기를 바라보는 뒷모습이 슬퍼보이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그런 멍하고 허망한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영의 병을 치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건 지영의 말을 들어주고 지영의 편이 되어준 남편 대현이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지영이 잘못된 것 같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펑펑 울어주며 함께 해준 남편 대현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가 마땅히 보여줘야할 사랑과 포용이라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지영의 가장 큰 부담은 육아입니다.

육아만큼은 놓을 수가 없기에 자신의 꿈을 이어 가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베이비시터를 쓰려니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까지 공감을 하게 됩니다.

남편 대현이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육아 문제를 여성의 문제에서 남성도 참여하는 공동의 문제로

더 나아가서는 모든 부모들이 가지는 문제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육아는 혼자만 으로는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영화는 이렇게 소설을 뛰어넘어 주제를 확장합니다.


커피숍 장면은 소설과 영화가 다릅니다.

아마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우는 아이 때문에 눈치를 본 적이 있다면 공감할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아기는 원래 잘 웁니다. 울음소리는 아기의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는 시민의식이 성장하지 않는 이상 

모든 어머니들은 그런 시선을 안고 인내해야 하는 

아기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혐오를 받는 잔인한 사회입니다. 

김지영을 험담한 무례함 속에는 특정 사회제도의 부재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빙의 사건을 겪고 고통을 이겨낸 지영은 자신을 험담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당신은 나를 얼마나 알기에 함부로 평가 하느냐 

자기들끼리 험담을 할 거면 들리지 않게 하라고 반박합니다.



사이다 같은 지적으로 영화는 김지영의 성장과 치유를 보여줍니다.

폭언과 경멸 혐오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사회의 이러한 분위기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가사를 하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는 김지영은

결코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되는 맘충이 아닙니다. 

이는 김지영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곳에있는 모든 혐오를 포함합니다.


영화는 김지영을 통해 여성의 삶을 말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여성 전체를 아우르는 못하고 있습니다.

김지영처럼 경력이 단절되거나 육아와 가사노동에 고통받는 여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마치 가사노동과 육아가 여성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많이 아쉽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남편을 도와 가사 일을 하는 것도 몸에 맞는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가정주부의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그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영화의 중반 김지영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떨어지게 만듭니다.

엄마와 부둥켜 안고 우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파하는 딸과 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슬픔, 

 딸의 안아주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위로해 주는 딸

두사람이 느끼는 깊은 교감은 아주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이는 여성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위로이고

이 영화가 여성의 영화가 아니라 

김지영의 삶을 통해 보여준 인간의 휴머니즘을 다룬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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